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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한민족교육의 산실; 1086학교와 엄넬리 교장 본문

러시아 모스크바에는 수많은 교육기관이 있지만, 그중 쉬꼴라(Школа) NO. 1086은 독특한 역사와 정체성을 가진 학교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단순한 교육기관을 넘어, 러시아 사회 속 다양한 민족이 어우러지는 교육 실험의 장으로 출발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러시아 교육체계 속에서 1086학교가 어떤 배경으로 설립되었고, 어떻게 발전해왔으며, 주요 인물과 현재 위상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TTOING 1. 러시아 교육체계와 민족학교의 필요성
러시아(구 소련)는 광대한 영토만큼 다양한 민족과 언어를 품은 다민족 국가입니다. 러시아 교육체계는 기본적으로 통합적인 국가 교육 과정을 따르지만, 동시에 소수 민족의 언어와 문화를 보존하는 특수학교(민족학교, этническая школа)가 운영되어 왔습니다. 이는 단일한 러시아어 중심 교육만으로는 각 민족의 정체성을 지키기 어렵다는 사회적 요구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특히 20세기 후반, 모스크바를 비롯한 대도시에 이주민과 소수 민족 가정이 늘어나면서 **“민족별 특화 교육 + 러시아 국가 교육”**을 병행하는 학교들이 생겨났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1086 학교입니다. (*러시아의 학교는 각각 고유번호를 가지며 학교 명칭을 고유번호로 부르는 것이 일반적임.)

1086학교의 현관에 들어서면 좌우로 한국 전통 물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한복은 물론 생활도구 및 풍습을 엿볼 수 있는 공예품들이 이 학교의 정체성을 말해줍니다.
TTOING 2. 1086 학교의 개교와 발전 과정
1086 학교는 모스크바에 위치한 유일한 한민족 학교로, 고려인 후손들에게 한국어, 역사, 문화를 가르쳐 민족 정체성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학교는 모스크바 시에서 운영하는 초중고 통합과정의 공립학교이며, 모스크바 남서부에 위치한 깐꼬바 지역의 프랍사유즈나야 대로 왼쪽에 위치한 베덴스꼬버에 골목에 1992년 개교했습니다.
- 개교 초기: 러시아어 교육과 함께 해당 민족의 모국어, 역사, 문화 과목을 병행하는 이중적 성격의 교육이 이루어졌습니다.
- 발전 단계: 소수 민족인 고려인을 위한 학교였던 1086학교는 우수한 교육과정과 수준높은 교육으로 인정받으며 현재는 40%가량이 한민족, 60% 정도의 학생 구성으로 다양한 민족 출신 학생들이 함께 공부하는 다문화 학교로 성장했습니다.
- 현대적 변화: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 사회는 개방과 함께 다문화적 요소가 더욱 강조되었고, 1086학교도 국제 교류 프로그램, 언어 심화 교육, 특성화 학급 운영 등을 도입하며 발전했습니다.
TTOING 3. 엄넬리 교장의 리더십

쉬꼴라 1086의 발전에는 엄넬리(Ум нелли) 교장의 리더십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엄넬리 교장은 학교 운영 초기부터 **“민족적 뿌리를 지키면서도 러시아 사회 속에서 성공할 수 있는 교육”**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교사들에게 단순한 지식 전달자가 아닌, 학생들의 문화적 정체성을 존중하는 멘토적 역할을 요구했습니다. 또한 국제 교류를 적극 추진하여, 학생들이 러시아 내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그의 지도 아래 1086학교는 모스크바 내에서 다문화 교육의 모범사례로 불리게 되었고, 학부모들로부터도 높은 신뢰를 얻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엄넬리 교장은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엄격하지만 따뜻한 교육자”**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특히 엄넬리 교장은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서 1992년 구소련붕괴 및 개혁 개방에 따라 유입된 한국 유학생들과 교류하며, 그들과의 대화와 한국 드라마만으로 한국어를 익혀 일상 회화에 거의 부족함이 없는 수준으로 향상시켰습니다. 1990년대 초반 구소련이 이제 막 붕괴된 시점에 열악한 유학생활을 이어가던 한국 학생들을 자식처럼 거두어 지원하고 뒷바라지한 일화들은 모스크바 교육계에 넘치도록 많습니다. 비록 러시아의 소수민족 고려인으로 태어나 평생 러시아인으로 살아왔지만 마음 속에는 언제나 한민족으로서의 정체성을 잊지 않고 있었고 한국어를 통해 끊임없이 한국인, 한국 문화, 한국 정신을 이어가고자 노력한 열정적이고, 실천적인 교육자였던 것이지요. 이런 엄넬리교장의 노력으로 1086학교는 모스크바내 3,500여개의 학교중 손꼽히는 명문학교로 자리잡았으며, 고려인 강제 이주의 슬픈 역사를 극복하고 러시아내 150개 민족 중 가장 교육수준이 높은 민족으로 우뚝 설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평생 교육자로서 헌신한 공로와 국익에 기여한 바를 인정받아 고려인으로서는 최초로 레닌 훈장을 수여받는가 하면, 2014년에는 공식적으로 고려인 2세로서 한국국적을 부여받아 진정한 한국인이 되었습니다. 당시 법무부는 " 복수국적 허용제도를 활용, 대한민국에 특별한 공로가 있는 사람과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익에 기여할 우수 외국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여 유치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엄넬리 교장의 복수국적 유지를 허가해 주었습니다. 당시까지 특별 귀화 1호였던 인요한 연세대교수 외에는 사례가 없었던 일로 한국에서 체류하거나 활동하는 인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런 특별 국적 부여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는 점은 엄넬리 교장의 공로가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었는지 가늠하게 되는 부분입니다.

추가로 유럽에서 유일한 교육부 인가 정식 초등교육기관인 주러한국대사관 소속 '모스크바한국학교'가 개교할 당시 1086학교의 일부를 '모스크바한국학교'가 사용할 수 있도록 대여해주어 모스크바에 거주하는 많은 교민 자녀들이 정상적인 한국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에도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이후 '모스크바한국학교'가 독립 건물을 마련하여 분리될때까지 장소는 물론 교육적 교류 협력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현재는 엄넬리 교장의 딸이 대를 이어 1086학교의 교장으로 취임하여 근무하고 있습니다.

TTOING 4. 주요 졸업생과 사회적 기여
쉬꼴라 1086 출신 졸업생들은 교육·예술·과학·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민족학교 출신이라는 특수성 덕분에, 다국적 기업, 외교, 국제 문화 교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들이 많습니다. 일부 졸업생들은 러시아 내 소수민족 권익 신장과 문화 보존 활동에도 적극 참여하며 학교의 정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TTOING 5. 현재의 위상과 미래
오늘날 쉬꼴라 1086은 모스크바 교육청 산하의 정식 중등학교로 자리매김하며, 다문화적 가치와 국제적 감각을 키우는 교육기관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러시아 전통 교육과정에 충실하면서도, 학생들에게 세계시민적 역량을 길러주는 것이 특징입니다.
특히 엄넬리 교장이 강조했던 **“민족적 정체성과 글로벌 감각의 조화”**는 지금도 1086학교 교육철학의 핵심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모스크바 쉬꼴라 1086은 단순한 학교가 아니라, 러시아 다민족 사회의 축소판이자 교육적 실험의 산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엄넬리 교장의 리더십과 함께 쌓아온 전통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앞으로도 다문화 교육의 중요한 모델로 자리할 것입니다.


세계속에 비상하는 한민족의 모습이 자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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